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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지닷컴's 블로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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막막했던 수확작업이 반환점을 돈것 같다. 한숨만 나왔던 어제와 달리 금방이라도 콩대를 베어 낼수 있을것만 같다. 인생의 도전과도 비슷한것 같다. 처음이 힘들지만 일단 시작을 하고 페이스만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다면 목표한 바를 어느정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. 그리고 어머니는 역시 대단하시고 위대하다. 나이 50이 코앞인 내가 어머니 앞에서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기나 하고 이런저런 일로 끈기있게 수확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. 어느 새 어머니 혼자 묵묵히 작업해 놓은 콩단을 들여다 보기만 하고 있다. 아무튼 내일은 거둬놓은 콩단을 탈곡을 위해 수레와 차를 이용해 농장 앞쪽으로 이동해야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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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와 오늘이 다르다. 잎이 많이 떨어져서 비교적 많이 익었다. 이때 필요한건 스피드! 인간과 동물들과의 한판승부가 시작된다. 주변에 논으로 둘러싸여 지지난주까지 벼수확을 한 주변의 논에는 동물들에게 이제는 먹을게 없다. 콩이 익어가는 우리농장에 들쥐며 너구리 고라니가 호시탐탐 콩을 노리고 있다. 밭 울타리 주변엔 벌써 들쥐들의 구멍이 여러군데 나있다.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달렸고 해가 진 이후에 정당한 콩대들을 농막 앞 천막까지 끌어다 놨다. 내일도 화이팅 해야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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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도가 도대체 나가질 않는다. 서리태 상태가 모두 제각각이다 때문이다. 그래도 대부분 잘 말라 털기는 수월한 편이다. 어제 저녁까지 거두워 두었던 콩대단을 펼쳐주고 오후부터 손도리깨를 이용해 바닥을 하였다.이것은 오로지 어머니 몫이다. 내년 농사를 위한 종자선별이 먼저 이기에 내가 나설 수 없다. 어제도 말했듯이 전기가 말썽이다. 차단기가 자꾸 떨어져 탈곡기 이용이 가능할런지 의문이기에 초반은 수동 재래식으로 달려본다. 오늘 하루도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고생 많으셨어요. 엄마~ ❤️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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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 가을 첫 서리가 내렸다. 아니 올해 농장에 내려온 뒤에 처음보는 서리이다. 새하얀 서리가 온뒤 농장의 작물들의 변화도 찾아볼 수 있다.서리태에 내려앉은 서리가 잎을 떨어뜨려 수확의 시간을 알려준다. 이때 꼬투리는 영글어 달랑달랑 소리를 내거나 터져서 검은콩이 땅으로 쏟아 지기도 한다. 농장 산책 중 어제까지 새파랗던 호박잎이 시들어져 버렸다. 비교하기 그렇지만 전쟁터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동상같은 또는 우비를 뒤집어 쓴 군인같아 보인다. 서리가 찾아와 그 명을 다하는 식물들이 있는가 하면 더욱 싱싱하게 자라나는 녀셕들도 있다. 겨울상추, 대파, 양파 등이 대표적이다. 겨울의 추위와 눈보라가와도 거뜬히 그 매서움을 견디어 봄에 인간에게 자신을 내어준다. 키 오늘 드디어 서리태 수확작업이 시..